S&P 500 27년 권력 이동, 트리맵으로 다시 보기
순위와 비중을 한 번에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시각화 형식은 바차트다. 그래서 처음에는 바차트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같은 데이터를 트리맵으로 펼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27년치 S&P 500 시총 Top 20 데이터를 트리맵 타임랩스로 다시 시각화해봤다.
순위와 비중 자체보다, 그 너머에 깔린 시장의 큰 흐름을 따라가 보기 위한 차트다.
27년 동안 단순히 1·2위가 바뀐 게 아니라, 섹터 전체가 통째로 밀려나고 새 섹터가 화면을 채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차트 읽는 법: 면적과 색상
각 정사각형의 면적은 그 해 Top 20 안에서 차지한 비중이다. S&P 500 전체에서의 비중이 아니라 상대 비중이라는 점은 미리 짚어둘 필요가 있다. 색상은 섹터를 나타낸다. 정보기술은 파랑, 커뮤니케이션은 보라, 금융은 골드, 에너지는 주황이다. 좌상단일수록 그 해 시총 1위에 가깝게 배치된다.
큰 흐름이 바뀌면, 왕좌도 바뀐다
27년 동안 S&P 500 1위는 크게 세 번 바뀌었다. 엑슨모빌, 애플, 엔비디아다.
2000년대 초중반 유가가 오르던 시기, 엑슨모빌은 8년 동안 정상에 머물렀다. 그때 미국에서 가장 비싼 회사는 IT 기업이 아니라 정유 회사였다. 같은 시기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시스코·인텔·오라클 같은 1세대 IT 기업들은 빠르게 Top 20 밖으로 밀려난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이제는 상위권에서 잘 보이지 않는 기업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 섹터 전체를 흔들었다. 차트에서 골드빛 정사각형이 일제히 작아지는 구간이 그 시기다. 씨티그룹과 AIG처럼 한때 Top 10 안쪽이었던 회사들은 화면에서 거의 사라진다.
빈자리는 빅테크가 채웠다. 2012년 애플이 엑슨을 처음 넘어선 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가 차례로 상위권에 자리 잡는다. 2025년에는 엔비디아가 애플을 넘으며 새로운 1위에 올랐다. AI 반도체 회사가 아이폰을 만든 회사를 시총에서 앞섰다는 건, 시장이 다음으로 어디에 베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다.
흐름에 맞춰 살아남는 기업
27년 동안 왕좌 근처에 계속 머무는 기업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닷컴 시기에도, 빅테크 부상기에도, AI 시대에도 꾸준히 Top 5 안에 자리하고 있다. 한 회사가 PC 운영체제에서 클라우드로, 다시 AI 플랫폼으로 세 번 변신하는 동안에도 자리를 지킨 셈이다.
애플도 비슷하다. 2010년 처음 Top 10에 들어온 뒤, 아이폰에서 서비스로, 다시 AI로 이어지는 큰 사업 전환 동안에도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빅테크로 묶여 있어도 사업의 결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커머스와 클라우드, 구글은 검색과 광고, 메타는 소셜 네트워크, 애플은 하드웨어와 서비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에 가깝다. 카테고리는 IT나 커뮤니케이션 하나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산업의 정점에 있는 회사들이 한 화면 안에 모여 있는 셈이다. 빅테크가 강하다는 말 한 줄로는 다 담기지 않는 풍경이 차트 안에 펼쳐진다.
반대로 이름은 알지만 어느 순간 화면에서 사라진 기업도 많다. GE, 시스코, IBM, 씨티그룹, AIG, P&G 같은 이름들이다. 미국 시장을 7년째 지켜봐 왔는데도, Top 20에 한때 들어와 있었는지 몰랐던 회사도 있었다. 상위권이라는 자리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주의할 점: 상대 비중이라는 것
이 차트의 면적은 S&P 500 전체에서의 비중이 아니라, 그 해 Top 20 안에서의 상대 비중이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S&P 500 전체의 몇 %를 차지한다" 같은 식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이 차트의 목적은 정확한 점유율 계산이 아니라, 27년 동안 누가 정상에 있었고 어떤 섹터가 밀려났는지를 시각적으로 압축해 보는 데 있다.
바차트로 봤다면 순위 변화만 또렷했을 텐데, 트리맵으로 펼치니 한 시대가 끝나고 다른 시대가 시작되는 장면이 화면 전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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