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 사거리, 전 세계 거주지는 얼마나 들어올까 — 좌표로 본 15,000km
솔직히 군사 데이터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는 편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지조차 막연했다. 그래서 가장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전 세계 사람이 사는 곳 가운데, 이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들어오는 곳은 얼마나 될까. 이 지도는 그 질문에 좌표로 답해본 첫걸음이다.
군사 분석이 아니라, 공개 데이터를 좌표 위에 얹어 사거리의 크기를 눈으로 가늠해본 기록이다.
평양에서 출발한 점이 사거리 안 거주지로 날아가 자리를 잡으면 사람 사는 거의 모든 대륙이 채워진다. 다만 남미 남쪽 끝은 비어 있다.
차트 읽는 법: 점 하나가 거주지 하나다
점 하나는 미사일 한 발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거주지 한 곳이다. 점은 평양에서 뻗어나가 실제 좌표에 내려앉고, 색이 따뜻할수록 인구가 많은 곳을 뜻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점은 모두 평양 기준 공개 추정 15,000km급 사거리 안에 들어온 거주지이며, 그 수는 45,561곳이다. 남미 남부가 텅 빈 것은 데이터가 빠진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사거리의 경계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란 무엇인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통상 사거리 5,500km를 넘는 탄도미사일을 가리킨다. 대륙을 건너 목표 지역까지 닿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륙간'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대부분 핵탄두 운반을 전제로 한 전략 무기로 분류된다.
이 차트의 기준이 된 15,000km급은 북한의 ICBM 추정치에서 가져왔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화성-17형은 2단 액체연료 방식으로 추정 사거리가 최대 15,000km에 이르며, 세계 최대 규모의 도로 이동식 액체연료 ICBM으로 알려져 있다. 뒤이어 등장한 화성-18형은 북한 최초의 고체연료 ICBM으로 발표 사거리는 15,000km 이상이며, 2023년 말 사실상 실전 배치 단계로 보고되었다. 2024년 시험된 화성-19형은 현존 도로 이동식 ICBM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수치들은 확정된 성능값이 아니라 시험 비행과 외부 분석에 근거한 공개 추정치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한국을 가운데 두고 보던 습관
세계지도를 펼칠 때면 늘 대한민국을 한가운데 두고 본다. 그 시선에 익숙해지면 아프리카 대륙까지 사거리 안에 들어온다는 사실만으로 '그럼 전 세계가 다 사거리 안인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런데 좌표로 확인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남미 대륙의 상당 부분은 사거리 밖에 남는다. 브라질과 페루는 들어오지 않고, 사거리 안에 들어온 가장 먼 거주지는 에콰도르의 엘카르멘으로 평양에서 14,998.4km, 15,000km 선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친다. 막연히 '전부'라고 느끼던 범위에 실제로는 또렷한 끝이 있었다.
점 수만 개가 뜻하지 않는 것
차트는 시각화를 위해 사거리 안의 모든 거주지로 점을 이동시켰지만, 이것이 곧 수만 발의 미사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한 발의 비용과 운용 부담이 막대해서, 수만 발을 쏠 여력을 갖춘 주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무기는 마지막 카드에 가깝다. 발사 기지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는 것만으로도 거의 전쟁 신호로 간주될 만큼, 사용 자체가 임계점을 뜻한다.
그래서 이 지도가 실제로 보여주는 것은 타격 시나리오가 아니라 범위의 크기다. 거의 전 지구를 사거리 안에 두는 무기를 관계가 껄끄러운 국가가 보유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한 감시 체계를 요구한다. 점의 개수는 위협의 횟수가 아니라 위협의 '도달 범위'를 가리킨다고 읽어야 정확하다.
주의할 점: 이 지도가 아닌 것
이 시각화는 실제 공격 목표나 발사 계획, 비행 경로를 의미하지 않는다. 45,561개의 점은 45,561발의 미사일이 아니라 공개 추정 사거리 안에 들어오는 거주지의 좌표일 뿐이다. 15,000km 역시 확정된 사거리가 아니라 공개 추정 등급이다. 사거리라는 기하학적 범위와 그 안에 사람이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함께 보는 자료로 받아들이면 된다.
막연했던 거리를 좌표 위에 올려두니, '전부'가 아니라 '경계가 있는 범위'라는 사실이 먼저 보였다.
함께 읽기
출처(외부 링크): 데이터와 사거리 기준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