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vs 팀 쿡, 애플을 더 키운 CEO는? 성장률로 비교한 결과
전설의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혁신'이라는 단어 하나로 애플을 정의해 버린 인물. 스티브 잡스가 어떤 사람인지는 세상이 다 안다. 그래서 두 CEO의 성적표를 차트로 만들기 전부터 결과는 뻔해 보였다. 애플의 모태신앙이나 다름없는 잡스가, 운영의 달인이라 불리는 팀 쿡을 압도할 것이라고. 그런데 막상 데이터를 수급하고 차트를 돌려 한참을 곱씹다 보니, 숫자 너머의 그림이 따로 보이기 시작했다.
차트 한 장으로 끝내기엔 아까운 이야기를,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시선에서 풀어 본 글이다.
취임 시점을 0%로 놓고, 두 CEO가 같은 출발선에서 몇 %씩 회사를 키웠는지 나란히 달리게 한 차트다. 시총·매출 모두 잡스의 곡선이 쿡을 크게 앞선다.
먼저 짚을 것: 성장률과 규모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차트만 보면 결론은 단순하다. 취임 후 성장률에서 잡스는 시총 +7259%, 매출 +1256%를 기록했고, 쿡은 시총 +959%, 매출 +284%에 그쳤다. 두 지표 모두 잡스의 완승이다. 그런데 이 숫자를 '누가 회사를 더 크게 만들었나'로 읽으면 곧바로 길을 잃는다. 여기서 말하는 건 어디까지나 성장률, 즉 배수다. 실제 덩치로 따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뒤집힌다.
출발점이 낮을수록 성장률은 커진다. 100에서 200이 되면 +100%지만, 3000에서 6000이 되어도 똑같은 +100%다. 잡스와 쿡의 격차는 상당 부분 '어디서 출발했느냐'의 차이이기도 하다.
잡스의 7259%가 말이 되는 이유
잡스의 성장률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건, 그가 거의 바닥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기준점으로 잡은 2000년은 닷컴버블이 꺼지던 시기였고, 당시 애플의 시가총액은 수십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파산설까지 돌던 회사다. 그 작은 회사가 아이팟과 아이폰을 거치며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올라섰으니, 배수로 환산하면 73배라는 숫자가 찍히는 게 당연하다. 잡스의 성장률은 '혁신의 폭발력'인 동시에 '바닥에서 시작한 사람의 수학'이기도 하다.
그런데 쿡의 숫자도, 곱씹을수록 미친 거다
여기서부터가 차트가 못 담는 부분이다. 흔히 잡스가 떠날 때 애플은 이미 세계 1등 공룡이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애플이 처음으로 세계 시총 1위를 찍은 건 2011년 8월, 그것도 장중에 잠깐이었다. 곧바로 엑손모빌이 자리를 되찾았고, 잡스가 세상을 떠난 10월까지도 1위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애플이 1위를 확실히 굳히고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건 잡스 이후, 쿡의 시대였다.
이미 수천억 달러짜리가 된 거대한 회사를, 거기서 다시 시총을 열 배 가까이 불리는 일은 작은 회사를 키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다. 무거운 덩어리일수록 같은 비율로 움직이게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잡스의 사망은 애플이라는 신앙의 본체가 사라지는 초대형 악재였다. 그럼에도 쿡은 그 우려를 숫자로 잠재웠다. +959%라는 배수가 작아 보이는 건, 오로지 출발점이 이미 하늘에 있었던 탓이다.
물론, 혁신의 결은 또 다른 문제다
그렇다고 쿡이 모든 면에서 잡스를 대신했다는 뜻은 아니다. 잡스 시절의 그 날 선 감각, 무언가를 처음 세상에 꺼내 놓을 때의 충격 같은 것이 쿡 시대엔 옅어졌다는 평가는 꾸준히 따라다닌다. 그런 지적에도 일리는 있다. 다만 그것과 '경영 성과'는 다른 축의 이야기다. 한 명은 없던 시장을 만들어 냈고, 한 명은 만들어진 시장을 끝까지 짜냈다. 결이 다른 두 종류의 탁월함을 같은 저울에 올리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주의할 점: 이건 위대함의 순위표가 아니다
이 차트는 누가 더 위대한 CEO인지 가리는 도구가 아니다. 취임 후 성장률이라는, 딱 하나의 렌즈로 두 시대를 비춰 본 기록일 뿐이다. 그 렌즈를 '규모'로 바꾸면 쿡이 앞서고, '혁신'으로 바꾸면 또 다른 답이 나온다. 차트가 보여 주는 건 답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같은 회사를, 두 거장이 각자의 방식으로 미친 듯이 키웠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큼은 어느 렌즈로 봐도 변하지 않는다.
한 장의 차트는 결론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출처(외부 링크): 차트에 쓰인 데이터의 원 출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