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그린 동아시아의 밤 — 1975년과 2025년을 나란히 놓다

1975년의 동아시아와 2025년의 동아시아를 같은 자리에 놓고 보고 싶었다. 밤에 위성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어디에 불이 켜져 있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를 한눈에 비교하는 그림이었다. 문제는 1975년의 밤을 찍은 위성 자료를 지금 기준으로 끌어올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진 대신 데이터로 그렸다.

아래 슬라이드는 영상용으로 만든 차트를 두 장으로 정리한 것이다. 완성된 결과물이라기보다, 첫 시도에서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됐는지를 적어둔 제작 노트에 가깝다.

첫 장이 1975년, 다음 장이 2025년이다. 두 장은 같은 좌표계와 같은 화면 범위를 쓴다. 앞뒤로 몇 번 넘겨보면 달라진 부분만 남는다. 점 하나는 일정 규모 이상 사람이 모여 있는 격자를 뜻한다.

이 그림은 위성사진이 아니다

먼저 짚고 갈 부분이다. 화면에 보이는 불빛은 카메라가 관측한 빛이 아니다. European Commission GHSL이 공개한 GHS-POP 격자 인구 데이터를 지도 위에 포인트로 찍고, 색과 값을 조정해 야간 지도처럼 보이게 만든 맵차트다. 야간조도도 아니고 전력 사용량도 아니다.

그렇다고 인구밀도 지도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뒤에서 설명할 가공을 거치면서 밀도 그대로의 값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구 격자 데이터를 재료로 삼아, 과거와 현재를 대략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게 만든 시각적 구성물이다. 이 위치를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보는 사람이 자기가 아는 지도로 착각하게 된다.

인구가 완전히 빈 곳은 없다

작업을 시작하고 처음 부딪힌 문제가 이것이었다. 격자 인구 데이터는 사람이 사는 거의 모든 칸에 0보다 큰 값이 들어 있다. 그대로 찍으면 대륙 전체가 흐릿하게 발광하는 회색 덩어리가 된다. 야간 위성 이미지에서 도시가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그 사이가 검기 때문인데, 인구 데이터에는 그 검은 부분이 없다.

그래서 두 군데를 손봤다. 하나는 하한이다. 일정 규모 미만의 격자와 고립된 저밀도 격자를 표시에서 제외했다. 도시 사이에 어둠을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다른 하나는 상한이다. 초대도시 몇 곳의 값이 워낙 커서 그대로 두면 그 몇 점만 하얗게 타버리고 나머지가 전부 죽는다. 일정 값 이상은 통합해 밝기를 눌렀다.

이 두 조치로 화면은 훨씬 위성 이미지에 가까워졌다. 동시에 데이터의 성격이 바뀌었다. 어두운 영역은 사람이 없는 곳이 아니라 표시 기준 아래에 있는 곳이 됐고, 밝기 차이는 인구 배율로 읽을 수 없는 값이 됐다. 보기 좋아진 만큼 읽을 수 있는 정보는 줄어든 셈이다.

시각화에서 가공은 대체로 이런 거래다. 무언가를 선명하게 만들면 다른 무언가가 흐려진다.

슬라이드를 넘기며 볼 수 있는 것

수치는 볼 수 없다. 두 장의 점 개수나 밝기 총량을 인구 증감으로 환산하는 순간 틀린다. 표시 기준을 넘은 격자만 남아 있고, 그 기준이 1975년과 2025년에 서로 다른 비율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신 모양은 볼 수 있다. 두 장이 정확히 같은 범위를 쓰기 때문에, 넘기는 순간 움직인 부분만 눈에 남는다. 1975년에 이미 점이 뭉쳐 있던 자리가 어떤 형태로 번졌는지, 그때 화면에 없던 구간에 새로 점이 생겼는지, 어떤 지역은 넓게 퍼지고 어떤 지역은 한 덩어리로 응축되는지.

연안을 따라 이어지는 축과 내륙의 대비,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밝아지는 모습 정도가 육안으로 잡힌다. 이 차트가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다.

다음 버전에서 바꿀 것

데이터를 받으러 갔던 GHSL 사이트에는 인구 격자 말고도 쓸 만한 자료가 더 있었다. 첫 시도를 끝내고 나서야 그게 왜 필요한지 이해했다.

인구 데이터만 쓰면 사람이 밀집한 도심 핵심부는 강하게 나오지만 도시 외곽이 약해진다. 실제 야간 위성 이미지에서 도시가 커 보이는 이유는 중심부의 밝기보다 외곽까지 이어지는 빛의 면적 때문인데, 인구 데이터는 그 면적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사람 많은 곳만 번쩍이는 지도가 된다. 이번 결과물에서 아쉬웠던 지점이 정확히 여기였다.

이 부분은 건물과 시가지가 차지하는 면적을 다루는 데이터로 채울 수 있다. 도시가 어디까지 퍼졌는지를 넓고 은은한 바탕광으로 깔고, 그 위에 인구 데이터로 핵심부의 밝은 점을 얹는 구조다. 여기에 도시화 등급 자료를 필터로 쓰면 농촌의 잡점을 임의의 숫자 기준이 아니라 분류 기준으로 걸러낼 수 있다. 이번에 손으로 정한 하한선을 대신할 방법이다.

정리하면 세 층이다. 외곽의 확산은 건조 면적으로, 중심부의 밝기는 인구로, 정제는 도시화 등급으로. 나눠 쌓는 방식이 다음 목표다.

실제 위성으로 가는 길

진짜 야간 관측 자료를 쓰는 선택지도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축적된 저해상도 야간조도 자료와, 2012년 이후의 고해상도 자료가 공개돼 있다. 이걸 쓰면 시각화가 아니라 관측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두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 하나는 50년이라는 시간 폭이다. 아무리 당겨도 1990년대 초가 한계다. 다른 하나는 비교의 엄밀함인데, 초기 자료와 최신 자료는 센서가 달라서 나란히 놓으면 밝기 차이의 일부가 기술 변화에서 온다. 보정 없이 비교하면 그것도 틀린 그림이 된다.

그래서 두 갈래로 갈린다. 시간 폭이 핵심이면 데이터로 그린 밤으로 가고, 실제 관측이 핵심이면 시간 폭을 줄인다. 이번 작업은 전자를 택했고, 다음 작업도 당분간은 같은 쪽일 것 같다.

2025년 한 장, 직접 넘겨보기

위 슬라이드는 두 시점을 같은 범위에 고정해 비교용으로 만든 것이라 확대나 이동이 되지 않는다. 대신 2025년 한 장은 실제 차트 그대로 아래에 둔다. 확대해서 자기가 아는 도시를 찾아보는 편이 이 데이터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더 빠를 수 있다.

확대하면 점 하나하나가 격자 단위로 분리되어 보인다. 다만 앞서 적은 하한과 상한 처리가 그대로 적용된 상태이므로, 어두운 곳이 비어 있다는 뜻은 아니고 밝기 차이도 인구 배율이 아니다.

남겨둘 한계

이 글은 동아시아의 인구 변화를 분석한 글이 아니다. 어느 도시가 얼마나 커졌는지, 어디에서 어디로 사람이 옮겨갔는지에 대한 답은 여기 없다. 그런 질문은 통계표로 봐야 하고, 이 차트는 그 용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2025년 값도 실측이 아니라 해당 기준 연도의 추정치다. 원 데이터 자체가 모델 기반 산출물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결국 이 작업은 데이터를 정확히 읽는 시도가 아니라, 데이터로 어떤 장면을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도에 가까웠다. 그 경계를 흐리지 않는 선에서만 재미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보기 좋게 만드는 가공과 정확하게 읽히는 가공은 대체로 반대 방향으로 간다. 이번에는 전자를 택했고, 그 사실을 적어두는 것으로 균형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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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외부 링크): 이 차트에 쓰인 원본 데이터와 다음 버전에서 참고할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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